[인터뷰]정은경 “서부지법 폭동, 비이성적 폭력이 우리 사회 지배할까 두려워···정권교체 반드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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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12회 작성일 25-06-04 06:51본문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은 인터뷰에 좀처럼 응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질병청장 퇴임 후에도 그는 공직자·학자로서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대부분 인터뷰를 고사하고 대중강연 자리에만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던 그가 지난 4월 말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 합류했다. 예상 밖의 행보였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만난 정 위원장은 “불법 계엄으로 인한 분노와 내란으로 인한 불안”이 그가 이 같은 선택을 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서부지법 폭동’을 보면서 비이성적인 폭력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졌고, 다가올 대선이 이를 막기 위해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해 선대위원장 제안을 하루 만에 수락했다”고 했다. 정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브리핑보다 유세차 연설이 더 어렵다”고 하셨다. 유세차 위에서 주로 어떤 이야기들을 하셨나.
“제가 정치인이 아니니 정치적인 언어를 쓰는 것이 익숙지 않다. 계엄과 내란을 거치며 분노했고 불안해했던 것들에 대해 ‘저의 이야기’를 하려 했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은 이미 많이 알려지기도 해서 ‘투표를 해야만 세상이 바뀐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뒀다.”
- 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나.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생긴 조기 대선이다. 내란을 옹호하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는 절대 지지할 수 없다. 저를 비롯한 국민들은 계엄 이후로 ‘제발 잠 좀 자자’는 마음을 가졌다. 계엄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내란을 연장하려는 시도들이 계속됐지 않나.
뉴스의 90%를 내란, 대법원 정치개입 논란 등의 사안이 채웠다. 내란 이야기 대신 앞으로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 발전 방안 등이 뉴스에서 다뤄지는 것을 보고 싶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 이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유세에서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민생을 잘 알고, 유능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
- 선대위원장을 수락하며 “내란이 없었으면 아마 외부적인 정치 활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합류를 하루 만에 결정한 것을 보면 내란으로 인해 받은 충격이 컸던 것 같다.
“제안 전화를 받고 나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불법 계엄으로 인한 분노였다. 두 번째는 계엄 이후 6개월간 내란을 일으킨 기득권 세력이 다시 계속해서 주도권을 잡으려고 시도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세 번째는 폭력에 대한 불안이었다.
서부지법 폭동을 보면서 법원 건물을 침탈하고, 판사를 위협하는 등 비이성적인 폭력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졌다. 여태까지는 생각이 달라 싸우더라도 거친 말로 싸우거나 시위를 했는데, 서부지법 폭동을 보며 다툼이 단순한 정쟁에서 끝나지 않고 조직화된 집단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고 느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전화를 받았다.”
- 정치권에서 제안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나.
“전혀 못 했다. 지난 총선 때도 제안을 받긴 했다. 총선은 전문성 있는 비례대표를 영입하기 때문에 그쯤에 제안이 올 수도 있겠다는 짐작을 했었다. 그때 저는 학교(서울대병원 교수)를 선택했다.”
- 정치 참여에 대한 부담이 컸을 텐데, 선대위원장직 수락이 망설여지진 않았나.
“변화를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재는 공직자 신분이 아니라서 자리 변화가 어렵진 않았다. 전화를 받고 고민이 돼 가족들과 상의를 했는데, 가족들도 ‘이번에는 정말 뭔가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마음으로 동의해줘서 하루 만에 결정했다. 원래는 결정을 빨리 못 내리는 편이다. 캠프에서는 선대위원장으로서 전반적인 선거에 대한 지원, 국민 소통 역할을 맡아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힐링’을 하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했다.”
- 한 달 동안 매일 유세에 나섰다. 현장에서 공통으로 나왔던 목소리가 있나.
“골목 투어를 다니다 보면 시장이나 상가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분들을 많이 만난다. 12월은 1년 중에 가장 대목인데 작년에는 계엄으로 연말 특수가 사라져서 힘들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셨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소상공인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없었지 않나. 이에 더해 사람들이 내란으로 위축되면서 몇 개월 동안 장사가 정말 안됐다고 했다. 매출이 줄고 재료비는 올라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상가를 정리하고 싶어도 대출이 있어 문을 닫을 수조차 없다는 말씀도 많이 하셨다.”
- 보건 의료인으로서 인상 깊었던 만남이나 대화도 있을까.
“의대생 1학년 어머니라고 하셨던 한 분과의 대화가 생각난다. 딸이 예과 1학년생인데 한 번도 학교에 가지 못했고, 스트레스가 많아서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고 하셨다. 의대 교육·의료의 정상화를 빨리해달라고 말씀하셨다. 의정 갈등으로 인해서 국민들도 수술이 지연되는 등 피해를 받지만, 의대생들도 굉장히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사태가 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희귀질환자 치료비 지원 공약으로 인해 마련된 간담회에서 부모님들이 우시면서 이야기하시는 것을 들으면서도 느끼는 바가 많았다. 부모님들은 희귀질환자 치료비 지원뿐 아니라 복지, 교육, 돌봄, 자립과 같은 문제까지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씀들을 하셨다. 여전히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고, 국가의 책임과 역할이 크다고 생각했다.”
- 지난해 2월 시작된 의·정 갈등으로 젊은 의사들 대부분이 의료현장을 떠나있다. 의·정 갈등이 시작된 핵심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시작은 누구나 알듯이 2000명 증원 결정이다. 증원을 결정하고 발표하는 과정이 굉장히 일방적이고 독선적으로 이뤄졌다. 그전에 정부가 여러 번 의협(대한의사협회)과 회의를 했다고 하는데, 의료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했지 정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오픈해서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2000명을 한꺼번에 발표한 이후로 모든 신뢰가 깨지고 소통이 어려워졌다. 그 이후에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놔도 의료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 다음 정부가 의·정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정치 영역에서의 소통이 중요해 보인다.
“시작은 신뢰를 회복하는 것부터 하게 되지 않을까. 의료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한다. 이미 국민 1인당 의료비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초과했고,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의료개혁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진료가 많은 현재 체계는 환자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고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도 변화하고 있다.
종합적인 의료개혁 방안을 만들면서 의사 인력을 그 틀 안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여러 추계가 나올 수 있다. 인력 문제는 의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간호, 간병 인력도 많이 부족하다. 다양한 인력을 고려해서 종합적인 의료 인력 양성 방안이 나와야 한다.”
- 의료개혁, 의료인력 양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고루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용성이 없기 때문에 최선이 아니라 차선이라도 뭔가 합의를 할 수 있는 안이 나와야 한다.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거다. 앞으로도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한다. 소통과 협상을 끌어내야 하는 정치력이 굉장히 중요할 거다.
재원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그간 국민들은 낮은 비용으로, 정부는 적은 예산으로 굉장히 질이 높고 접근성이 좋은 의료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그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건강보험 재원만으로 다 해결하기는 어려우니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인프라에 투자하고 유지를 해줘야 한다. 공공·필수의료 같은 영역은 현재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수익을 내기 힘든 영역이다. 공공·지역의료 의사 양성 공약은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철학과 구체적인 방향성을 담은 공약이다.”
-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근무할 때 코로나19 대응 회의를 수시로 했던 것으로 안다. 함께 일을 하면서 받은 인상은 어땠나.
“행정가로서 추진력과 결단력이 있다고 느꼈다. 제가 메르스 등 감염병 대응을 하면서 제일 아쉬웠던 것이 방역 대응에 지방자치단체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지 않았던 것이었다. 감염병은 중앙 정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코로나19 때는 유행 초기부터 모든 부처와 지자체가 아침마다 회의하면서 정보를 공유했다.
지자체 중에서도 인구가 많은 서울과 경기도의 대응이 굉장히 중요했다. 그런 면에서 이재명 후보가 도지사로서 리더십을 가지고 대응했다. 신천지 명단을 빠르게 확보해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생활치료센터도 지자체에서 나서서 일찍 확보했다.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가장 먼저 지급한 지자체도 경기도였다.”
- 최근에 코로나19가 대만, 중국 등 인근 국가에서 유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위기가 다시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코로나19는 ‘팬데믹’(세계적으로 감염병이 광범위하게 유행하는 상황)이었다가 이제는 백신접종과 자연면역 형성으로 인해 ‘엔데믹’(풍토병·특정 지역이나 인구집단에서 지속해서 유행하며 존재하는 감염병)화되는 과정에 있다. 싱가포르나 홍콩, 대만 등에서 이미 유행하고 있고 한국도 작년 여름처럼 올해 여름 유행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변이가 나와서 더 크게 유행하거나, 치명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없다고 100% 단언하기엔 이르다. 또 기후 변화로 인해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 유행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 정부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23년에 질병청이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 중장기계획을 만들었는데, 얼마나 실행됐는지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고 관련 예산이 많이 깎이면서 계획에 따른 투자가 제대로 되기 어려웠을 수 있다. 관련 인력 양성도 중요하다. 역학조사관 외에도 감염 관리하는 의료 인력, 요양병원이나 사회복지시설의 돌봄 인력, 보건 교사 등의 양성과 투자가 필요하다.”
- 일상을 사는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할 수 있을까.
“크게 겁을 먹을 필요는 없고, 감염병 예방 개인행동 수칙을 잘 지키는 것밖에 없다. 손 씻기, 호흡기 질환 증상이 있는 사람이나 호흡기 감염병 고위험군은 밀폐된 장소에 갈 때 마스크 쓰기, 환기 잘 시키기, 아프면 집에서 쉬기 등 기본적인 행동 수칙이 있다. 수칙을 잘 지키면 신종 감염병뿐 아니라 인플루엔자나 노로바이러스 같은 일상 감염병도 다 예방할 수 있다. 예방접종도 권고에 따라 잘 맞아달라.”
- 선대위원장 끝난 후에 행보가 궁금하다. 정치를 계속할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선대위원장 제안을 받을 때 이후 거취에 대해서 제안받거나 이야기한 바가 전혀 없다. 지금은 선거에만 집중할 시기다. 제일 중요한 것은 대선 승리를 통해 정권을 교체하고, 국가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어떤 가정을 전제로 제 거취에 대해서 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만난 정 위원장은 “불법 계엄으로 인한 분노와 내란으로 인한 불안”이 그가 이 같은 선택을 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서부지법 폭동’을 보면서 비이성적인 폭력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졌고, 다가올 대선이 이를 막기 위해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해 선대위원장 제안을 하루 만에 수락했다”고 했다. 정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브리핑보다 유세차 연설이 더 어렵다”고 하셨다. 유세차 위에서 주로 어떤 이야기들을 하셨나.
“제가 정치인이 아니니 정치적인 언어를 쓰는 것이 익숙지 않다. 계엄과 내란을 거치며 분노했고 불안해했던 것들에 대해 ‘저의 이야기’를 하려 했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은 이미 많이 알려지기도 해서 ‘투표를 해야만 세상이 바뀐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뒀다.”
- 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나.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생긴 조기 대선이다. 내란을 옹호하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는 절대 지지할 수 없다. 저를 비롯한 국민들은 계엄 이후로 ‘제발 잠 좀 자자’는 마음을 가졌다. 계엄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내란을 연장하려는 시도들이 계속됐지 않나.
뉴스의 90%를 내란, 대법원 정치개입 논란 등의 사안이 채웠다. 내란 이야기 대신 앞으로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 발전 방안 등이 뉴스에서 다뤄지는 것을 보고 싶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 이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유세에서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민생을 잘 알고, 유능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
- 선대위원장을 수락하며 “내란이 없었으면 아마 외부적인 정치 활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합류를 하루 만에 결정한 것을 보면 내란으로 인해 받은 충격이 컸던 것 같다.
“제안 전화를 받고 나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불법 계엄으로 인한 분노였다. 두 번째는 계엄 이후 6개월간 내란을 일으킨 기득권 세력이 다시 계속해서 주도권을 잡으려고 시도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세 번째는 폭력에 대한 불안이었다.
서부지법 폭동을 보면서 법원 건물을 침탈하고, 판사를 위협하는 등 비이성적인 폭력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졌다. 여태까지는 생각이 달라 싸우더라도 거친 말로 싸우거나 시위를 했는데, 서부지법 폭동을 보며 다툼이 단순한 정쟁에서 끝나지 않고 조직화된 집단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고 느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전화를 받았다.”
- 정치권에서 제안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나.
“전혀 못 했다. 지난 총선 때도 제안을 받긴 했다. 총선은 전문성 있는 비례대표를 영입하기 때문에 그쯤에 제안이 올 수도 있겠다는 짐작을 했었다. 그때 저는 학교(서울대병원 교수)를 선택했다.”
- 정치 참여에 대한 부담이 컸을 텐데, 선대위원장직 수락이 망설여지진 않았나.
“변화를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재는 공직자 신분이 아니라서 자리 변화가 어렵진 않았다. 전화를 받고 고민이 돼 가족들과 상의를 했는데, 가족들도 ‘이번에는 정말 뭔가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마음으로 동의해줘서 하루 만에 결정했다. 원래는 결정을 빨리 못 내리는 편이다. 캠프에서는 선대위원장으로서 전반적인 선거에 대한 지원, 국민 소통 역할을 맡아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힐링’을 하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했다.”
- 한 달 동안 매일 유세에 나섰다. 현장에서 공통으로 나왔던 목소리가 있나.
“골목 투어를 다니다 보면 시장이나 상가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분들을 많이 만난다. 12월은 1년 중에 가장 대목인데 작년에는 계엄으로 연말 특수가 사라져서 힘들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셨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소상공인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없었지 않나. 이에 더해 사람들이 내란으로 위축되면서 몇 개월 동안 장사가 정말 안됐다고 했다. 매출이 줄고 재료비는 올라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상가를 정리하고 싶어도 대출이 있어 문을 닫을 수조차 없다는 말씀도 많이 하셨다.”
- 보건 의료인으로서 인상 깊었던 만남이나 대화도 있을까.
“의대생 1학년 어머니라고 하셨던 한 분과의 대화가 생각난다. 딸이 예과 1학년생인데 한 번도 학교에 가지 못했고, 스트레스가 많아서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고 하셨다. 의대 교육·의료의 정상화를 빨리해달라고 말씀하셨다. 의정 갈등으로 인해서 국민들도 수술이 지연되는 등 피해를 받지만, 의대생들도 굉장히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사태가 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희귀질환자 치료비 지원 공약으로 인해 마련된 간담회에서 부모님들이 우시면서 이야기하시는 것을 들으면서도 느끼는 바가 많았다. 부모님들은 희귀질환자 치료비 지원뿐 아니라 복지, 교육, 돌봄, 자립과 같은 문제까지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씀들을 하셨다. 여전히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고, 국가의 책임과 역할이 크다고 생각했다.”
- 지난해 2월 시작된 의·정 갈등으로 젊은 의사들 대부분이 의료현장을 떠나있다. 의·정 갈등이 시작된 핵심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시작은 누구나 알듯이 2000명 증원 결정이다. 증원을 결정하고 발표하는 과정이 굉장히 일방적이고 독선적으로 이뤄졌다. 그전에 정부가 여러 번 의협(대한의사협회)과 회의를 했다고 하는데, 의료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했지 정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오픈해서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2000명을 한꺼번에 발표한 이후로 모든 신뢰가 깨지고 소통이 어려워졌다. 그 이후에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놔도 의료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 다음 정부가 의·정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정치 영역에서의 소통이 중요해 보인다.
“시작은 신뢰를 회복하는 것부터 하게 되지 않을까. 의료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한다. 이미 국민 1인당 의료비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초과했고,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의료개혁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진료가 많은 현재 체계는 환자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고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도 변화하고 있다.
종합적인 의료개혁 방안을 만들면서 의사 인력을 그 틀 안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여러 추계가 나올 수 있다. 인력 문제는 의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간호, 간병 인력도 많이 부족하다. 다양한 인력을 고려해서 종합적인 의료 인력 양성 방안이 나와야 한다.”
- 의료개혁, 의료인력 양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고루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용성이 없기 때문에 최선이 아니라 차선이라도 뭔가 합의를 할 수 있는 안이 나와야 한다.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거다. 앞으로도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한다. 소통과 협상을 끌어내야 하는 정치력이 굉장히 중요할 거다.
재원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그간 국민들은 낮은 비용으로, 정부는 적은 예산으로 굉장히 질이 높고 접근성이 좋은 의료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그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건강보험 재원만으로 다 해결하기는 어려우니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인프라에 투자하고 유지를 해줘야 한다. 공공·필수의료 같은 영역은 현재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수익을 내기 힘든 영역이다. 공공·지역의료 의사 양성 공약은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철학과 구체적인 방향성을 담은 공약이다.”
-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근무할 때 코로나19 대응 회의를 수시로 했던 것으로 안다. 함께 일을 하면서 받은 인상은 어땠나.
“행정가로서 추진력과 결단력이 있다고 느꼈다. 제가 메르스 등 감염병 대응을 하면서 제일 아쉬웠던 것이 방역 대응에 지방자치단체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지 않았던 것이었다. 감염병은 중앙 정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코로나19 때는 유행 초기부터 모든 부처와 지자체가 아침마다 회의하면서 정보를 공유했다.
지자체 중에서도 인구가 많은 서울과 경기도의 대응이 굉장히 중요했다. 그런 면에서 이재명 후보가 도지사로서 리더십을 가지고 대응했다. 신천지 명단을 빠르게 확보해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생활치료센터도 지자체에서 나서서 일찍 확보했다.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가장 먼저 지급한 지자체도 경기도였다.”
- 최근에 코로나19가 대만, 중국 등 인근 국가에서 유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위기가 다시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코로나19는 ‘팬데믹’(세계적으로 감염병이 광범위하게 유행하는 상황)이었다가 이제는 백신접종과 자연면역 형성으로 인해 ‘엔데믹’(풍토병·특정 지역이나 인구집단에서 지속해서 유행하며 존재하는 감염병)화되는 과정에 있다. 싱가포르나 홍콩, 대만 등에서 이미 유행하고 있고 한국도 작년 여름처럼 올해 여름 유행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변이가 나와서 더 크게 유행하거나, 치명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없다고 100% 단언하기엔 이르다. 또 기후 변화로 인해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 유행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 정부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23년에 질병청이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 중장기계획을 만들었는데, 얼마나 실행됐는지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고 관련 예산이 많이 깎이면서 계획에 따른 투자가 제대로 되기 어려웠을 수 있다. 관련 인력 양성도 중요하다. 역학조사관 외에도 감염 관리하는 의료 인력, 요양병원이나 사회복지시설의 돌봄 인력, 보건 교사 등의 양성과 투자가 필요하다.”
- 일상을 사는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할 수 있을까.
“크게 겁을 먹을 필요는 없고, 감염병 예방 개인행동 수칙을 잘 지키는 것밖에 없다. 손 씻기, 호흡기 질환 증상이 있는 사람이나 호흡기 감염병 고위험군은 밀폐된 장소에 갈 때 마스크 쓰기, 환기 잘 시키기, 아프면 집에서 쉬기 등 기본적인 행동 수칙이 있다. 수칙을 잘 지키면 신종 감염병뿐 아니라 인플루엔자나 노로바이러스 같은 일상 감염병도 다 예방할 수 있다. 예방접종도 권고에 따라 잘 맞아달라.”
- 선대위원장 끝난 후에 행보가 궁금하다. 정치를 계속할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선대위원장 제안을 받을 때 이후 거취에 대해서 제안받거나 이야기한 바가 전혀 없다. 지금은 선거에만 집중할 시기다. 제일 중요한 것은 대선 승리를 통해 정권을 교체하고, 국가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어떤 가정을 전제로 제 거취에 대해서 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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