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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란종·재선충 찾아 1만2000보…‘국립공원 지키는 파수꾼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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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9회 작성일 25-06-03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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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네~ 단풍잎돼지풀, 뽑지는 말라고?”
“오늘은 뽑지 말라잖어. 기록만 햐.”
지난달 20일 오후 2시, 계룡산국립공원 탐방로에 개나리색 조끼를 입은 ‘어르신 예찰팀’ 10명이 모였다. 단풍잎돼지풀을 뽑느냐 마느냐 로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다 휴대폰으로 위치를 기록하고 사진을 찍는다.
이혜숙씨(77)는 계룡산국립공원 병해충·외래종 예찰원이다. 공주시니어클럽을 통해 찾은 노인 일자리로 지난 3월부터 직무 교육을 받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씨의 이날 첫 업무는 국립공원 탐방로 인근 단풍잎돼지풀 서식지를 찾고 GPS 좌표를 기록하는 일이었다. 단풍잎돼지풀은 외래에서 유입돼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리는 생태계 교란 식물이다. 단풍잎처럼 3~5개로 갈라진 잎이 특징으로 번식력이 강하고 성장속도가 빨라 숲과 하천변에 군락을 이룬다.
은퇴 전 생협에서 일한 이씨는 숲에서 ‘해로운 풀’을 찾는 시간이 행복하다. 귀하게 여기는 자연을 지키는 일인 만큼 사전 교육도 허투루 흘리지 않고 새겨들었다. 일주일에 사흘, 하루 5시간씩 계룡산국립공원과 생태공원에서 일하는데 평균 1만2000보씩 걷는다. 이렇게 한 달을 빠지지 않고 일하면 78만원을 받는다. 이씨가 예찰 활동을 하며 남긴 기록은 국립공원공단에서 병해충·외래종 분포 현황을 파악하는 데 쓴다.
이씨는 이날 동행한 기자에게 “몸이 힘드냐고? 전혀. 오히려 이렇게 산에 다니니까 건강해져. 이 일은 그냥 하는 게 아니야. 우리가 자연을 지키고 그게 나라에 보탬이 된다고 하니까 사명감을 갖고 해. 보람이 있어”라고 말했다. 이씨는 가족 단체 카톡방에 공유한 활동 사진도 보여줬다.
국립공원공단도 어르신 예찰팀이 반갑다. 매년 4~5월 국립공원 내 생태계 교란식물 서식지 현황을 파악하고 제거작업에 들어가는데, 노인 일자리 사업 덕분에 일손이 한결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어르신 예찰팀 교육을 맡은 이규희 주임(계룡산국립공원사무소 생태담당)은 “현재 외래식물 서식지는 물론 외래식물 확산 과정을 최소 5년 이상 관찰해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며 “현재 계룡산 내 14곳에 외래식물 서식지가 있는데, 이 중 일부 서식지를 어르신들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나무재선충병으로부터 숲을 지키는 데에도 예찰팀이 보탬이 된다. 재선충병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북방수염하늘소에 기생하는 재선충이 소나무에 침입, 양분을 차단해 나무가 말라 죽는 병이다. 치료약이 없어 감염되면 100% 고사한다.
노인 일자리 활동을 시작하면서 어르신들은 재선충병 감염목을 구분하고 시료를 채취하는 방법을 배웠다. 지난 4월에는 예찰활동 중 계룡산 동학사 인근에서 재선충 감염목을 발견하기도 했다. 잊지 못할 경험이다.
지석환씨(77)는 “재선충병이 큰 병인 줄 몰랐는데, 일하면서 심각성을 알게 됐다”며 “우리가 숲을 다니면서 우리나라 산림의 큰 병을 발견해 방제까지 이뤄졌다. 발견했을 때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인 병해충·외래종 예찰원은 올해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일자리 공모전을 통해 처음 생긴 일자리다. 어르신들의 경력·역량을 활용해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역량활용사업(구 사회서비스형) 일자리에 속한다. 올해 대전·충남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했는데, 성과가 좋으면 내년에 예찰 일자리를 더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번이 은퇴 후 첫 노인 일자리라는 이건주씨(70)는 “해로운 외래식물을 내 손으로 처리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며 “이런 일자리를 만들고 연결해 준 분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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