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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후 내다봐야 하는 산불 피해지 복원…원래의 건강한 숲 되살리는 게 유일한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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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05-3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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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 허태임(39)은 백두대간수목원 산림생태복원실 복원지원팀장이자 지난 3월 영남지역 산불 피해지 조사팀의 일원이다. 그에게 숲의 복원 계획을 세우는 일은 학술논문을 쓰는 것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이다. 연구자, 환경활동가, 정책결정자, 피해 주민까지 다양한 사람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 자체가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100년 후를 내다보고 “원래 살던 식물들의 유전자원으로 피해지역을 되살리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경북 봉화에 위치한 백두대간수목원에서 만난 허 연구원은 최근 영남 산불 피해지 조사를 마치고 수목원으로 돌아왔다. 그는 2022년 울진 산불 피해지 복원과 모니터링에도 참여했다. 산불 피해지 복원에 대해 “아직은 가보지 않은 길을 새롭게 가야 한다”고 했다.
허 연구원은 그곳에 원래 살던 식물들의 유전자원으로 피해지역을 되살리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기준이 되는 건 기존에 있던 건강한 숲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 연구가 산불 뒤 숲을 푸르게 만드는 데 짧으면 30년, 완전한 회복까지 길게는 100년이 걸린다고 한다”며 “복원은 100년 후를 내다봐야 하는데 그보다 짧게 사는 인간이 모든 것을 다 예측할 수 있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인간의 일상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태계 복원 역시 ‘우리의 문제’라는 점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식물도 배제되지 말아야 할 대상”이라며 “숲을 되살리는 것도 미래 세대를 위해서 중요한 일이고,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올해 중 영남지역 산불에 대한 정밀조사를 마친 뒤 이해관계자들과 복원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생태 복원이라고 무조건 환경만을 생각할 수는 없다”며 “보호구역의 가치를 아는 사람의 학술적인 입장도 있고, 환경을 오롯이 지키고자 하는 환경보호론자도 있고, 정책결정권자도 있고, 피해를 본 주민들까지 다양한 사람이 (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한다”고 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를 이뤄 최종 복원 계획을 도출하는 게 학술논문 쓰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유엔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전 세계 생태계를 복구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할 10개년 계획을 2019년 선언했다. 생태계 흐름을 파괴에서 복원으로 역전시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후 국내에서도 산림자원법 등 관련 제도가 정비됐다. 2022년 울진 산불 피해지 복원은 그 제도들이 적용되는 첫 사례다.
산림청은 2023년 6월부터 울진 산불 피해지 산림생태 복원 사업을 추진했다. 일부 지역은 완전히 내버려두면서 자연 그대로의 회복을 기다리고, 어떤 곳은 스스로 돋아난 맹아를 보살피며 관리한다. 나머지는 직접 묘목을 옮겨다 심어 기른다. 허 연구원은 모니터링 2년차인 지금은 아직 어떤 방식이 가장 좋은지 단언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대형 산불로 숲이 사라지면서 식물에 대한 관심이 반짝 높아졌지만, 그는 이상기후보다 빠른 속도로 인간이 식물을 죽이고 있다고 본다. 허 연구원은 최근 출간한 <숲을 읽는 사람>(마음산책)에서 인간의 개발 활동으로 다치고 사라진 식물들을 이야기한다. 백두대간의 서늘한 산꼭대기를 따라 분포한 가문비나무를 ‘대학살’하면서 스키장이 들어섰다. 눈이 일찍 쌓이고 늦게 녹는다는 이유에서다. 멸종위기종 벌깨풀 자생지는 관광지 개발로 몽땅 훼손됐다. 시멘트를 만들기 위한 석회암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가는대나물 군락지가 사라졌다.
그는 “자연적으로 기후변화가 찾아오는 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인간이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보다 기후변화가 진행되는 시점의 인간 개발 활동이 무섭다”고 했다. 기후변화는 식물의 서식지를 면에서 선으로, 선에서 점으로 만든다면 인간의 개발 활동은 서식지를 깡그리 밀어버린다.
허 연구원은 “적어도 누군가의 희생을 딛고 선 땅인 건 알고 이용해야 한다”며 “원래 살던 생명체들의 생존권을 인정해주고, 우리가 그 땅을 빌려 쓴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개발이 필요하다면 “대체 서식지를 조성해 또 다른 피난처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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