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술술 넘어가는 집이었다. 낮술을 마치고 > 갤러리

술이 술술 넘어가는 집이었다.낮술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보니 여전히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고 정신을 차려 집에 돌아와 보니 고작 오후 5시밖에 되지 않았다. 피곤함에 잠을 청하게 되었고 창문을 때리는 폭우에 잠을 깨게 되었는데 그 시간이 저녁 8시경이었다. 친구들은 술을 마시자면 문자를 보내온 상태였고 필자 역시 다시 정신을 차려 밖으로 나가려 했으나 폭우와 강풍에 의지가 꺽여 결국 유튜브를 보다가 다음날 새벽이 되었다. 뭔가 하루가 길었다. 그리고 낙원시장에서의 기억은 신기루처럼 잔상이 남았다. 기억이 왜곡된다고나 할까?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어제같은 주말이었다. 낮술이 이렇게 무섭다.지하의 또 다른 마을이 있다는 느낌...계단을 내려서자 지하마을이 등장낮술은 하루를 길게 한다.낙원상가는 1960년대 후반에 지어진 대단히 오래된 건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오면 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게 지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제로 밖에 비가 내리는 습한 날이었지만 음식 냄새를 제외하곤 그닥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이곳의 역사는 낙원시장부터 시작한다고 하는데 복잡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고 오래된 식당들이 모여 거대한 지하 상권을 이루고 있었고 마주하는 장면 하나 하나가 추억의 세포를 자극했다. 즉 80년대 재래시장을 통째로 지하로 옮긴 듯한 풍경 말이다. 중년들에겐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낙원같은 곳이었고, 젊은 세대들에겐 레트로 감성을 즐길 수 있는 유니크한 장소가 될 것 같다.아리수 물절약 지하수...갑자기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80년대 그 풍경...오래된 건물에 지하임에도 전혀 불쾌하지 않은 공기였다.우리가 딱 아는 그 평균적이면서 맛있는 그 잔치국수 맛이었다.아주 좋은 재료를 쓰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맛있으면 그만이다.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뭔가 정리가 되지 않았음에도 뭔가 통일된 느낌은 무엇일까?밖으로 나와보니 또 다시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지하임에도 불쾌하지 않은 공기혼돈 속의 질서...이곳의 정서였다.닭도리탕을 제외하고 모든 음식의 가격은 12000원을 넘지 않았다. 점심 시간에 만원 이하의 식사를 하기 어려운 시대에 혜자스러운 가격대인 것이다. 우선 두부를 시켰더니 큼직한 두부와 김치가 나왔고, 잔치국수를 시켰더니 우리가 기억하는 그 맛깔스러운 잔치국수가 푸짐하게 나왔다. 이런 조합이면 술이 무한대로 들어갈 케이스인데 흥분을 가라앉히고 추가로 오징어를 시켰더니 좋은 재료 같지는 않지만 매우 잘 삶아진 오징어 숙회가 등장했다. 물론 좋은 재료를 좋은 방법으로 잘 요리하는 것이 베스트이지만 어떤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최선의 방법을 통해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은 주인장만의 노하우라 생각한다. (아마도 이 집의 단골이 될 것 같다.) 다만 이런 오래된 곳의 특성상 카드를 받지 않는다는 것... 개인적인 생각 차이는 있겠지만 필자는 어떤 곳에 가게 되더라도 그곳에 룰을 따르는 것을 좋아한다. 삶은 다양하고 그 다양성을 즐기는 것도 인생의 낙인 것이다.원래의 계획은 친구와 근처 유진식당에서 평양냉면과 낮술을 즐기는 것이었지만 비가 몹시 내리는 날이라 야장에서의 낭만이 불가능했고 차선책으로 선택한 곳이 낙원상가 지하였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얼마전 친구가 이곳에서 좋은 식당을 발견했고 즐겁게 술한잔을 즐기고 왔다는 의견 때문이었다. 마침 이곳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던 터라 거부할 이유도 없었고 결국 지하 시장으로 내려가게 되었는데 입구를 너머 실체를 마주하자 뒷통수를 강력하게 맞은 느낌을 받았다. 아뿔사...완전 80년대 재래시장의 모습 그대로구나...금이네 식당저렴한 가격에 술을 즐기시는 어르신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음악하던 시절, 낙원상가를 일주일에 서너번은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빈털털이였지만 사고싶은 악기는 많았고 그저 아이쇼핑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가난한 뮤지션들의 낙원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곳을 그렇게나 많이 갔었음에도 악기상가 외에는 잘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근래에 알게 되었다. 오늘 소개할 낙원상가 지하 시장은 얼마전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냥 지하 창고 정도로 생각했던 공간이 사실은 거대한 지하 시장이었고 요즘에는 젊은 MZ 세대들까지 찾아온다고 하니 등잔 밑이 어둡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 같다.신기했다. 이곳을 돌면 돌수록 말이다.우리가 모르던 신세계돌면 돌수록 끊임없이 식당이 등장했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쉰다고 한다.낙원상가 지하노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이렇게 표식이 크다.